단지동맹

그 다음해 정월(기유년 1909년)엔치야 방면으로 돌아와 동지 12명과 상의하여 이르기를 “우리가 이제까지 일을 이룩한 것이 없으니 남의 비웃음을 면할 길이 없소. 생각건대 특별한 단체가 없다면 무슨 일이든 목적을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오. 오늘 우리들은 손가락을 끊어 맹세를 같이하여 표적을 남긴 다음에 마음과 몸을 하나로 뭉쳐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오”라고 하였더니 모두가 좋다고 따랐다.

이에 열두 사람은 제가끔 왼손 무명지를 끊고 그 피로써 태극기의 앞면에 네 글자를 크게 쓰기를 ‘대한독립’이라 하고는, 다 쓴 다음에 ‘대한독립만세’를 일제히 세 번 불러 하늘과 땅에 맹세하고 흩어졌다.

- 안중근, 「안응칠 역사」에서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의 취지문(趣旨文)

오늘날 우리 한국 인종(人種)이 국가가 위급하고 생민(生民)이 멸망할 지경에 당하여 어찌하였으면 좋은지 방법을 모르고 혹 왈 좋은 때가 되면 일이 없다 하고, 혹 왈 외국이 도와주면 된다 하나 이 말은 다 쓸데없는 말이니, 이러한 사람은 다만 놀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의뢰하기만 즐겨하는 까닭이라. 우리 2천만 동포가 일심단체(一心團體)하여 생사를 불고한 연후에야 국권을 회복하고 생명을 보전할지라. 그러나 우리 동포는 다만 말로만 애국이니 일심단체이니 하고 실지로 뜨거운 마음과 간절한 단체가 없으므로 특별히 한 회를 조직하니, 그 이름은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라. 우리 일반 회우(會友)가 손가락 하나씩 끊음은 비록 조그마한 일이나 첫째는 국가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빙거(憑據)요, 둘째는 일심단체하는 표(標)라. 오늘날 우리가 더운 피로써 청천백일지하(靑天白日之下)에 맹세하오니 자금위시(自今爲始)하여 아무쪼록 이전 허물을 고치고 일심단체하여 마음을 변치 말고 목적에 도달한 후에 태평동락을 만만세로 누리옵시다.